한국이 인종차별 논할 자격이 있냐?
가까스로 ‘섬 노예’에서 탈출한 동티모르 국적의 아폴리(본명 코레이아 아폴리나리오·33)씨가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 마이크 앞에 섰다. 그토록 만나고 싶던 고용부 고위 간부들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해 항의하러 노동부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사업주의 반대로 갈 수 없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배에서 일할 때 식사 제공이 잘 안 돼 초코파이를 먹은 게 맞느냐”고 묻자 아폴리는 한국어로 “네, 맞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초코파이로 끼니를 해결했다’는 것을 한국어로 직접 말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다른 답변들은 동티모르어로 했다. 아폴리는 “하루 평균 15시간을 일했고, 딱히 쉬는 날도 없었다. 섬에서 자유롭게 나갈 수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아폴리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런 일이 생겨서 유감스럽다.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10분 남짓 참고인 진술을 마친 아폴리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는 “그 동안 하지 못 했던 말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할 수 있어서 아주 행복하다. 이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 온 뒤 처음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아폴리는 국감 직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일한 지난 6년 동안 단 한 번도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했었다.
아폴리는 8월 31일 전북 군산 앞바다의 섬 개야도에서 ‘탈출한’ 이주노동자다. 섬에서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다. ‘사장님이 시키는 일’을 ‘쉬지 않고’ 했다고 한다. 근로계약서는 서류에 불과했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욕을 먹기 십상이었다. 사장님 허락 없이는 섬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물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