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손끝이 시린 날
바이올린을 들고 서성이던
배짱 좋은 베짱이는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죽으면서도 구구절절
개미 탓 겨울 탓을 하더구나.
개미는 네 탓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단다.
개미는 베짱이를 위해
명복을 빌어 주고
그의 온 몸을 물고 분해하여
집으로 가져간다...
독서도 안해
운동도 안해
힘든건 안해
베짱이가 되기로 굳게 결심한
나는
그렇게
죽어간다...
대나무숲을 지척에 두고
게을러 굶어 죽은
자이언트 팬더들아
죄 없는 팬더만 돌을 던져라
조금만 버티면
다시 봄이 오는데
베짱이는 그것도 모르고
이미 낙옆을 관짝삼아
배 위에 덮었다
베짱이는
그렇게 전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