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이라 자랑하는 대한민국, IT성범죄도 역시 세계 최강입니다.
어느 날부터 직장 상사가 이예린(가명·30대)씨에게 추근대기 시작했다. 유부남이라 이씨는 관심이 없었다. 하루는 상사가 이씨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흔하니 흔한 디지털 탁상시계. 별 생각 없이 퇴근길에 가져다 침실에 던져뒀는데, 깜빡거리는 빨간 불빛이 신경 쓰여 며칠 뒤 옆으로 살짝 치워뒀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짝 치워둔 그 다음 날, 직장 상사는 시계를 돌려달라고 했다. 알았다고 하곤, 퇴근한 뒤 뭔가 께름칙한 느낌에 같은 모양의 시계를 열심히 검색했다.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곧 광고 문구가 하나 떴다. '어둠 속에서도 완벽한 영상을 제공합니다.' 탁상시계 안에 숨겨진 카메라가 영상을 찍어 지정된 스마트폰으로 송출하는, 불법촬영(몰카)용 특수시계였다.
그 직장 상사는 결국 징역 10개월형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여전히 찜찜하다. 카메라를 발견한 다음 날 따져 묻는 이씨에게 상사는 "그거 검색하느라 밤 샜니?"라고 되물었다. 인터넷 검색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전송돼서다. 아니나 다를까,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이씨가 방 안에서 뭘 했는지 꼬치꼬치 물었다. 이씨는 '유포됐구나'란 직감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이런 이씨의 경험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세계 여러 나라 중 한국, 딱 한 곳만 콕 집어 '디지털 성범죄 사례'를 연구한 이유가 무엇인지 일러준다. IT강국이라 일컬어지는 한국이기에 또 그만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불법촬영물 피해 또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최첨단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다.
문제인을 닮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