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맞은 아들은 지팡이 짚고, 아빤 석달째 정부와 싸움중
“왼쪽 발이 신발에 다 안 들어가도 모르고 걷던데…” 집을 나서던 아버지가 신발장에서 머뭇거리며 중얼거린다. 그는 신발장에 놓인 아들의 신발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들 김호영(가명·26세)씨는 신발을 잘못 신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사지가 강직되면서 왼발 감각이 없어서다. 작업치료사로 일하던 호영씨는 지난 3월 직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이후 발열과 구토, 오한이 엄습했고 팔다리의 70~80%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됐다. 눈이 떠지지 않아 응급실로 실려 가는 날도 있었다. 접종 한 달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없었던 호영씨다. 그런 사회 초년생이 쓰러졌지만,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그 사이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 2300만원이 넘었다. 병원비가 버거웠던 아버지는 보건당국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인천시를 통해 “백신과 관련이 없다”는 답변을 전해왔다. 지난달 17일 좌절한 부자에게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정부가 백신 접종 이후 중증 이상 반응이 발생했으나 인과성 근거가 부족해 보상을 받지 못한 환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부자는 다시 한번 상심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는 호영씨 사례를 심의한 뒤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상신청을 기각했다. ▶뇌척수염 진단이 정확하지 않은 점 ▶시간적인 연관성 인정되기 어려운 점 ▶백신에 의한 가능성보다 다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는 점 등이 이유였다. 정부는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것이기에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는 보상에서 제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