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갑이 되고 싶어하는 갑질의 나라, 역시 대한민국입니다.
한 아파트 미화원의 자녀 A씨는 어머니의 ‘갑질 피해’를 상담하기 위해 최근 직장갑질119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어머니께 ‘관두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해당 입주민이) 일부러 음식물 쓰레기를 아파트 내에 뿌렸다”고 하소연했다.
입주민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35만명을 넘어섰다. 직장갑질119는 14일 정부의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아파트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감시·단속적 근로자(감단직)로 일하는 B씨는 시도 때도 없이 제기되는 민원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한계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입주민이 “왜 말귀를 못 알아듣느냐”며 “입주민 카페에 올리고 관리소장에게 컴플레인하겠다”며 민원을 넣는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소장 등 관리 주체가 직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거나 개인적 용무에 동원하는 행태도 확인됐다.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내가 왕”이라며 4대보험 관련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을 멋대로 해고했다. 관리소장이 자신의 승용차 세차를 직원에게 시키고 현금이 없다며 은행에서 돈을 뽑아오라고 지시한 사례도 보고됐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6항에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직장갑질119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 책임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주택관리법에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과 같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최희석 경비원의 노제가 진행됐다. 새벽부터 10여명의 주민이 모여 고인의 넋을 기렸다. 최씨의 여동생은 “우리 오빠가 얼마나 착한데…”라며 오열했다. 한 주민은 “다시 사는 세상에서는 부디 꽃길만 걷길 바란다”는 편지를 읽었다.
송경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