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몬트리올에 남자아이 하나 둔 평범한 아줌마예요. 밖에선 참 평범해 보이지만 저에겐 비밀이 하나 있어요. 아들이 친 아들이 아니예요. 남편이 이혼하고 아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한 가족이 되었어요. 아이는 제가 친 엄마가 아니라는걸 알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도 모르고요. 감추려고 한 건 아닌데 혹시나 아들이 상처라도 받을 가능성을 대비해 떠들고 다니진 않았고 최대한 아이 관련된 한인들과는 거리를 두었어요.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오히려 모자가 닮았단 얘기를 종종 하세요.
저는 결혼하고 저도 사람인지라 내 아이가 생기면 이 아이에게 소홀해 질까봐서 남편에게 먼저 묶으라 권했고요. 남편은 진심이냐며 우리 닮은 딸하나 낳고 싶은데 아직 좀더 기다려 보자 하길래 항상 피임했어요.
정말 친 아들이나 다름없이 키웠고 아들 교육 때문에 한국에서 하던 일도 접고 이 곳에 발 붙여 생활한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아이도 잘 적응하였고 학교 갔다와서 종종 내친구도 엄마가 두명이래 하면서 고맙다고 뽀뽀해줄때마다 내아이 안 갖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 여름 한국에 다 같이 휴가차 가서 한달을 보내고 왔어요. 그땐 잘 못느꼈는데 한국 갔다와서 아이가 조금 변햇어요. 한국에서 살고 싶어 그러나? 어릴때 이곳에 와서 이방감을 느끼나? 걱정했지만 학교 다니고 도시락 싸주고 일나가고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고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사는듯 했어요. 아이도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학교 열심히 다니고 공부 열심히 했고요. 이번에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세젭을 가는데요. 한국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고 그래서 아빠랑 얘기를 했어요. 자기는 한국인인데 한국말 잘 못하는게 싫고, 내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고, 구구절절 말을 했지만 납득이 갈만한 얘기들은 아니었어요. 누구보다도 적응 잘 하고 친구들 많고 여기 생활에 딱 맞는 얘기였어요. 아빠랑 셋이 얘기하는데 자꾸 이상하게 제 눈치를 보는 느낌인거예요. 그래서 느낌상 나에 관한 얘기를 차마 미안해서 내앞에서는 못하는건가 하고 먹을거랑 마실것 좀 내올테니 안방에서 아빠랑 얘기 더 하라고 문 닫아주고 나왔어요.
5분이나 지났을까 아빠의 큰소리가 들리고 짝하는 소리가 들려서 놀라 뛰어들어 가봤어요. 아들이 아빠한테 뺨을 맞고 서 있더라고요. 아픈 손가락이라고 단 한번도 손찌검 한적 없는 남편이고, 아이 말이면 뭐든 들어주는 참 좋은 아빠이기에 잘못을 하면 항상 제가 혼내왔고, 새엄마라서 혼내는거냐는 소리 안 들을려고 남편 앞에서 합당한 이유로만 혼냈지만 단 한번도 때린적은 없어요. 아들이 순해서 맞을 짓도 안했고요. 저 혼자 토끼눈이 되서 아들을 볼을 잡고 나도 안때린 애를 당신이 왜 때리내고 했어요.
남편얘기를 들어보니 작년에 한국 갔을때 아들이 친구만나러 간다고 하곤 전 부인을 만났대요. 어찌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모르게 친엄마를 찾고 있었나봐요. 아들을 키우면서 언젠가 이런날이 오겠지 했지만 얘기를 듣는순간 벌써 그런날이 왔나 싶어서 참 먹먹하더라고요. 그래도 만날 수는 있겠다 싶엇어요. 그런데 아들이 아빠한테 친엄마랑 살고 싶어서 한국으로 대학교를 가겠다고 했나봐요. 어쩐지 한국 갔다온 이후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적도 많이 올라서 한국 갔다 오더니 자극받아 열심히 하나 하고 아빠랑 저는 흐뭇해 했었는데 엄마랑 살려고 열심히 했나봐요.
그동안 제가 뭘 부족하게 못 해줬나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단 한번도 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배신감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들이랑 둘이서 얘기해봤어요. 엄마한테 너무 미안한데 친엄마랑 한번 살아보고 싶데요. 엄마가 못해준거 없는데 낳아준 엄마의 존재를 알고 얘기도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살면서 자기 감정을 감추고 싶지 않데요. 저한테 미안하다고 우는 아들 앞에서 저는 괜찮다고 다독거리기밖에 못 했어요.
우리 셋은 없던 일인거 마냥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서먹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아들이 제가 해준 밥을 먹지를 않아요. 미안해서 얼굴보고 밥 못먹겠다고 늦게 들어오고 알바를 시작해서 돈을 모으더라고요. 이번 여름에도 한국에 가겠다면서요. 핏줄은 당긴다는 말도 있고 이런일이 올거라는걸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아들한테 배신감이 드는건 아직 제가 아들을 많이 사랑한다는 증거겠죠? 아빠는 자꾸 아들 일찍 장가 보낸 셈 치고 우리끼리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자며 위로하는데 미안해하는 눈치예요. 지금이라도 우리 아이 하나 낳자는데 저는 벌써 서른 후반을 바라보고 있고 아직도 아들이 내 아들이라 생각하고 있어 싫다고 했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국을 보내주고 남편과 둘이 살아야 하는게 정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