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있기는 하네요
취업사기·외로움에 시달려
“내가 누군지를 모르겠어요. 독일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니고….”
2016년 워킹홀리데이(노동력이 부족한 나라에서 외국 젊은이에게 1년짜리 특별비자를 발급해 취업자격을 주는 제도)로 독일에서 취업했던 A(여·35) 씨는 최근 한국 귀국을 결심했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뿐더러 비싼 물가에 비해 급여도 많지 않았기 때문. A 씨는 “어중이떠중이가 된 기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의 절망적인 상황을 ‘헬조선’으로 표현하며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이민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지만, 정작 해외로 나갔던 이들 중에는 취업 사기를 당하거나 차별에 시달리다 고국으로 ‘역이민’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블로거는 해외취업 사기를 당할 뻔한 경험담을 게재했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Exxon Mobil)의 인사 담당자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계약 조건이 좋아 솔깃했으나 이메일 주소를 자세히 살펴보니 알파벳 아이(i) 하나를 더 넣어 만든 가짜였다. 글쓴이는 “속는 셈 치고 답변을 보냈더니, 그쪽에서 면접과 특별 훈련을 위해 ‘영국 애버딘으로 오고 1860파운드(약 267만 원)를 입금하라’고 했다”며 “취업 빙자 사기가 워낙 많아 해당 회사에서 사기에 주의하라는 공지까지 하고 있다”고 썼다. 5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는 배모(38) 씨는 “한국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겪어봤지만 지금 겪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며 “이민자인 내가 소위 말하는 ‘좋은 직업’을 갖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대형 이민 커뮤니티에서 뉴질랜드 이민자라고 밝힌 이는 “평범한 아시안 남성으로서 어딜 가나 진정한 환영은 못 받는다”며 “보이지 않는 차별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쓰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역이민자는 2004년 295명에서 2005년 2800명으로 1년 새 10배 가까이 늘어난 뒤 2015년 2733명, 2016년 2478명 등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외국으로 나가는 이민자는 2015년 273명, 2016년 455명등으로 2005년 8277명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외국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데다, 모국이 아닌 나라에서 정착하기 녹록지 않아 현지 부적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