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저씨 집에서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살아요.
몇년전에 작은 가게 오픈해서 그럭저럭 먹고만 살고 있어요.
아침에 눈뜨면 애들 도시락 싸주고 애들 학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저녁에 애들 와서 먹을거 미리 준비해놓고 바로 가게 나가서 죽도록 일해요.
가게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애들 숙제 봐주랴 살림하랴 정신 없구요.
정말 이렇게 일만 하다가 눈 감으면 억울해서 구천을 떠돌거 같은데
이 아저씨는 집에서 설거지라도 좀 해주면 좋으련만
살림 좀 도우라고 하면 자기가 더 큰소리 쳐요.
가게 신경 쓸거 많아서 자기는 머리가 터진다구요.
식기세척기 하나 사면 편하겠건만 얼마 하지도 않던데 그건 또 못 사게 하네요.
이젠 100세 넘게 산다는데 남은 50년 동안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이 인생은 뭔가 싶어요.
어제는 지나가다 어떤 분이 저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모르겠더라구요.
집에 와서도 지금도 누군지 생각이 안나요.
같이 학원 다니던 사람이였는지 누군지 이러다 조기치매 걸릴까 무섭기도 하고 답답하네요.